저의 서브스택 구독자님들은 오바마 정권 초기에 있었던 국가 부채 공황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한동안 언론과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국가 부채에 대한 공포 담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그와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는 이유로 꽤나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저는 정부 부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하며 당시 미국은 “재정 여력”(즉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고도 부채를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고, 따라서 우선순위는 완전고용 회복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적자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당시 부채에 대해 소리 높여 외치던 많은 이들이 조용해졌습니다. 백악관에 공화당 대통령이 있을 때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참 묘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부채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많습니다. 하나는 더 이상 대규모 적자를 정당화할 경제적 이유가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고(高)부채 상태를 감내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상당히 상실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에서도 통과 가능성이 높은 ‘원 빅 뷰티풀 빌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저는 과거에는 부채에 대해 비교적 느긋했을까요? 주된 이유는,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은 대체로 막대한 부채를 지더라도 금리가 급등할 정도의 신뢰 위기를 겪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해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부채 역사를 보면, 나폴레옹 전쟁과 두 차례 세계 대전 중 GDP 대비 막대한 부채를 지고도 투자자 신뢰를 잃지 않았습니다:
왜 선진국들은 대체로 이러한 고(高)부채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첫째, 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이성적인 사람들이 운영합니다. 엉터리 경제 이론에 기대어 통치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자국의 부채를 안정시키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줄 압니다.
둘째, 이들은 행정 역량이 뛰어납니다. 필요할 경우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강력한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은 GDP의 25% 정도를 세금으로 걷고 있지만, 원한다면 더 많이 걷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유럽 국가들은 GDP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선진국들이 큰 재정적자를 내더라도 투자자들은 대체로 이들에게 신뢰를 보냅니다. 즉,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위기 상황이 끝난 후에는 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믿고,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2011년쯤에는 재정적자에 관대했던 것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적자가 필요했죠. 하지만 저는 이러한 적자가 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미국은 이성적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나라였고, 경제 위기가 지나면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 이야기입니다.
지금 미국은 전쟁을 하고 있는 것도, 실업률이 높은 것도, 팬데믹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재정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그 대신, 공화당은 ‘원 빅 뷰티풀 빌 법안’을 밀어붙였고, 이는 수조 달러의 적자를 추가로 발생시키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것입니다. 재정 문제를 떠나서, 의회를 강제적으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거짓말을 남발한 방식 자체가 더 이상 미국이 이성적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이성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공화당은 명백히 부정직한 회계 기법을 사용해 자당의 정책이 부채를 얼마나 늘리는지를 숨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금을 줄이는 게 아니라 단지 만료 예정인 감세를 연장하는 것뿐”이라고 말이죠. 게다가 OBBBA의 감세 조치(실제로는 없다고 주장하는 그 감세)가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와 의견이 다를 때도 있었지만, 그들은 정직하고 매우 유능한 싱크탱크입니다. 그런 그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전망에 대해 (당연하게도) 의심 가득한 분석을 내놓았는데, 그 제목이 “CEA의 환상적인 경제 가정”입니다.
여기에 트럼프의 엉뚱한 관세 관련 주장들까지 더해보세요. 과연 지금 우리가 진지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진지한 나라처럼 보이나요?
게다가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 및 수감은 시민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경제에 큰 피해를 주고 미국의 부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할 때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유능한 정부가 과연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일론 머스크의 DOGE는 낭비, 사기, 남용 같은 문제를 별로 찾아내지 못했지만, 연방 정부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수십만 명의 공무원들을 낙담하게 만들었습니다. 공화당은 국세청(IRS)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탈세를 다시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왔습니다. 설령 나라를 약탈이 아닌 통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 해도, 세금 징수와 같은 기본적인 정부 기능의 역량을 회복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예전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말이죠.
달러 가치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아직은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부채 위기를 겪을 위험은 공화당이 오바마의 재정적자를 비난하던 그 시절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말이죠.
MUSICAL CO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