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갑자기 145%에서 30%로 낮췄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큰 폭의 인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세율이 사실상 중국과의 교역을 완전히 차단하는 수준이었다면, 제 추산에 따르면 인하된 30% 관세조차 미·중 간 교역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효과를 낼 것입니다. 즉, 겉보기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양보 조치를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해석하며, 이른바 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즉 "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는 주장의 근거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은 트럼프가 머지않아 관세 전쟁에서 물러날 출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중심의 채권 및 외환 시장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며 "미국 매도" 흐름을 이어갔고, 결과적으로 달러는 계속 하락했고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끝났다고 보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국 국제무역법원이 트럼프가 IEEPA(국제 경제 비상권법)를 근거로 의회의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한 것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저는 상황이 진정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제 동료 중 한 명은 학생들의 리포트를 채점할 때, “너무 많은 약어를 썼다”는 뜻으로 “YHTMAAAIYP”라는 주석을 달곤 했습니다.)
관세 문제를 면밀히 추적해 온 조셉 폴리타노와 최근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오히려 앞으로 관세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는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를 시작으로, 국가 전체에 대한 포괄적 관세로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의 말이 맞는 듯합니다. 철강에 대한 관세는 이미 25%에서 50%로 인상되었습니다.
법원이 트럼프 자신만의 경제 비상사태 주장에 제동을 걸었지만, 트럼프는 여러 방식으로 이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강 관세는 전반적인 경제 위기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특정 산업 수입 문제를 이유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관세 정책의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업 투자에 불확실성과 혼란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먼저, 철강 수입에 부과된 세금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이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오히려 파괴하는 관세의 전형 — 마치 플라톤적 이상형에 가까운 사례 —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철강을 철강을 직접 소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강은 “중간재”로서, 거의 모든 제조업 생산 과정에 사용됩니다. 따라서 철강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관세는 제조업 전반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결과적으로 고용을 줄이는 효과를 초래합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래도 철강 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일부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철강 산업 자체가 고용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고용 인구 1억 5,900만 명 중 철강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9만 명도 되지 않습니다:
철강 산업 종사자가 이렇게 적은 이유가 모두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철강 소비량의 27%만 수입하고, 나머지 73%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철강 생산이 고도로 자본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철강 관세로 인해 제조업 전반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를 대체할 만큼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철강 관세는 정책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서 다른 조치들 또한 마찬가지로 이치에 맞지 않으며, 이러한 전체적인 무리수 때문에 저는 트럼프가 쉽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철강 관세 인상은 신중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국제무역법원이 다른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충동적인 대응이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수많은 국가들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며 -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 - 의 협정이 있을 것처럼 말할 때는 항상 이 질문을 떠올려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협상인가?
트럼프의 심리극 같은 세계 무역 관점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우”하면서, 높은 관세 등 각종 장벽으로 미국산 제품을 차단하고, 뒤에서는 비웃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현실은,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까지 우리는 상호주의에 기반한 무역 협정들이 세계 경제를 형성해 온 환경 속에서 살아왔으며, 이러한 협정들은 전 세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수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2%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EU가 미국에 큰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옳다면, 과연 “무엇을 양보”해야 할까요? 트럼프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높은 관세를 없애줄 수는 없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장벽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때,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대두를 2,000억 달러어치 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마치 큰 승리를 거둔 것처럼 포장할 수 있었죠. 이런 식의 전략 — 겉보기에는 대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미 없는 약속 — 은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이나 중국이 쓰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트럼프가 내세운 관세 조치가 너무 과격하고, 주장도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어서, 트럼프 자신이 그런 눈속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등 뒤에서 ‘타코,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비웃을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다른 어떤 나라도 알아채지 못한 비열한 무역 행위를 외국이 저지르고 있다고 상상할 뿐만 아니라, 세계 권력 균형에 대해서도 명백히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전 세계에 손쉽게 조건을 강요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 (도대체 무슨 조건을 말하는 건지는 불분명합니다).
세계에는 세 개의 대등한 경제 초강대국이 존재합니다: 미국,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입니다. 이들 모두 서로의 시장 접근에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인 의존 관계는 아닙니다. 중국과 EU는 자국 GDP의 약 3%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이 수출이 줄어들면 타격은 있겠지만,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통해 상당 부분의 일자리 손실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면적인 경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상대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보다 그들이 생산하는 물자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중국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희토류나 특정 종류의 배터리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의 공급망을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수출 산업의 일자리 손실은 재정 지출이나 경기 부양책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국내 제조 기반을 무에서 유로 창출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원하는 수준이지만,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배터리 등 다양한 핵심 자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 상황은 트럼프가 미국의 개방된 시장을 두고 전 세계가 비웃고 있다고 상상하면서도, 정작 전 세계는 ‘타코(TACO)’를 두고 그를 조롱하는 현실에 놓여 있는 모순된 구조입니다. 동시에 그는 미국의 경제력이 과장된 망상 속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트럼프가 허세는 부리지만 결국 물러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처럼 보이시나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앞으로도 트럼프가 마음 내키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무역 무기를 동원해, 충동적으로 공격을 이어가는 혼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고 싶다면, 채권 시장과 외환 시장을 주시해야 합니다. 그곳에서는 이성적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의 정책이 미친 왕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MUSICAL CO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