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공화당은 트럼프의 ‘원 빅 뷰티풀 빌 법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을 통과시켰습니다. 저는 수십 년간 공화당의 국내 정책을 취재해 오면서 그들의 의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법안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퇴행적이어서, 그런 저조차도 충격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 법안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자원을 빼앗아 극소수의 부유층에게 넘겨주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수백만 명의 의료 혜택을 박탈하면서 메디케이드를 대폭 삭감하고, 식량 지원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도 줄여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될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부유층에게는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 법안을 꾸준히 지켜본 사람들은,그것이 매우 역진적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비당파적인 경제 전문가 기관인 의회예산국(CBO)의 새로운 추정치는 OBBBA 법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구체적으로 확인시켜줍니다.
6월 12일에 발표된 의회예산처(CBO)의 수치는 충격적입니다. 아래는 OBBBA 법안으로 인해 소득 분포별(10분위 기준) 가구의 구매력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백분율 변화입니다:
미국 내 소득 하위 10% 가구의 소득이 4%나 감소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경기 침체 때나 일어나는 수준의 경제적 피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피해가 의도적으로 가장 가난한 미국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OBBBA 법안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미국인들이 겪는 고통은, 미국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가가 아닙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소득 하위 10% 계층의 복지 혜택이 삭감되는 동시에 상위 소득 계층에는 세금 감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순 효과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크게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상황은 더 나쁩니다. CBO의 분석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가 가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관세도 일종의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역진적인 세금’입니다. 관세의 소득 분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단 예일대 예산연구소가 추정한 OBBBA 법안과 트럼프 관세가 미국 가계 소득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바는, 관세가 OBBBA의 역진적 효과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입니다. 가장 가난한 가구들은 상황이 더 악화됩니다. 소득 하위 10% 계층이 입는 손실은 원래 소득의 4%였는데, 관세까지 포함되면서 6.5%로 늘어납니다. 전반적으로 하위 80% 가구는 OBBBA와 관세의 결합된 영향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합니다. 반면, 상위 10%만이 이 법안으로 분명한 이득을 보게 됩니다. 그것도 재정 적자를 키우는 법안에서 말이죠. 정말 교묘한 속임수입니다.
공화당은 이미 CBO의 추정치를 “가짜”라며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수학은 진보적인 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죠.) 그들은 늘 그렇듯, 부유층에 대한 감세가 경제 성장을 폭발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차원에서 수없이 반복적으로 시험되었고 매번 철저히 실패로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주장이 입증된 적은 없습니다.
사실 CBO의 분석이 내린 기본 결론을 합리적으로 반박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 ‘빅 뷰티풀 빌 법안’은 ‘역 로빈후드’ 정책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자원을 빼앗아 이미 부유한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재정 적자를 늘리고, 금리를 상승시키며,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사실 이 OBBBA 법안이 너무나도 끔찍하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정당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 80%의 돈을 빼앗으면서도 처벌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공화당의 악랄한 세금 및 지출 계획은 그들이 민주주의를 향한 경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하원은 지금 국민들에게 극도로 인기가 없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만약 국민들이 이 법안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반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원의원들은 이 법안에 찬성했을까요? 그 이유는 그들이 유권자보다 트럼프를 더 두려워하거나, 앞으로 공정한 선거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혹은 두 가지 이유가 모두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그리고, 이 법안의 요상한 이름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네, 공식 명칭이 ‘원 빅 뷰티풀 빌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입니다. 이름에 주목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속한 싸구려 미학과 권위주의 통치 사이에는 실제로 중요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이를 ‘전체주의적 키치(totalitarian kitsch)’라고 불렀습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이 법안에 터무니없는 이름을 붙인 것은 (트럼프가 말한 그대로였지만) 자신들을 낮추는 과시적인 행동으로, 트럼프에게 아첨하기 위해 스스로를 굴욕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따라서 공화당이 이 법안을 ‘원 빅 뷰티풀 빌 법안’이라고 부름으로써, 그들은 사실상 워싱턴이 ‘포토맥 강 위의 평양’으로 변했음을 확인한 셈입니다. 이곳에서는 정치적 생존이 독재자에게 맹목적으로 아첨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MUSICAL CO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