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carnage(미국의 참혹함)”이라는 말을 기억하는 분 계신가요? 2017년 취임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고 묘사하면서, 특히 “범죄와 갱단, 마약”이 미국의 도시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연설은 이상하고 불안감을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들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미국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하지만, 급증하는 도시 범죄는 그 문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트럼프가 도시의 참혹함을 선언했을 당시, 미국 주요 도시들의 범죄율은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1990년에 살인 사건이 2,262건이었지만, 2016년에는 335건으로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발언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당시 저는 그것이 주로 가학성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트럼프는 사람들을 벌주는 것을 분명히 즐기는 사람으로 보였고, 그래서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로 가득 찬 나라처럼 미국을 묘사하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담 서버(Adam Serwer)가 2018년에 지적했듯이 여전히 유효한 사실은, 트럼프와 그의 많은 지지자들에게 잔인함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기쁨을 느낍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그리고 제가 우려하듯 이번 주말을 시점으로 미국 곳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들은,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의 동기가 단순한(!) 가학성 이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거짓된 혼란의 이미지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 하고 있으며, 만약 그 시도가 성공한다면, 그것은 미국이라는 민주주의 실험의 종말을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쯤이면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 금요일에 무장하고 마스크를 쓴 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로스앤젤레스 시내와 인근 지역의 직장들을 급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불법 체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체포하려 했습니다. 곧바로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왜냐하면 ICE가 체포하고 있던 대상은 폭력적인 갱단의 구성원이 아니라 평범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그 지역에 가족이나 친구들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약간의 몸싸움과 물건 투척, 기물 파손 등의 일이 있었지만, 과거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했던 실제 폭동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E와 일부 다른 법 집행기관들은 매우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치명적인 무기가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다량의 최루탄과 고무탄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ICE가 투입되기 전까지 로스앤젤레스는 사실 매우 평온한 상태였습니다. 다른 미국의 주요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로스앤젤레스도 코로나 이후 한동안 범죄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그 이후 그 범죄율은 완전히 회복되었을 뿐 아니라 그 이전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Source: Real Time Crime Index.
현재 로스앤젤레스는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안전한 상태일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를 읽어보면 — 제정신인 척하는 왜곡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읽어야 하는데 — '천사의 도시'는 마치 폴아웃의 한 장면처럼 들립니다:
크리스티 노엠(Kristi Noem) 국토안보부 장관은 로스엔젤레스를 “범죄자들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뉴요커로서 뉴욕이 살기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옥 같은 장소로 묘사되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대도시권에는 1,3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그 누구도 이 도시가 실제로 침략당하거나 점령당했거나, 반란군에게 장악된 적이 없다는 것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제로 반란군이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 반란군의 구성원들을 사면했죠.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요청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 방위군을 동원할 구실을 찾고 있었고, 오히려 주지사는 그 명령을 철회하라고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통령이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을 연방군으로 동원한 것은 언제였을까요? 약 60년 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 주지사 조지 월리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해 민권 운동가들을 보호한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일부 뉴스들이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이민 문제에 대한 대립으로만 분석하고 있는 것 같다 느낍니다 . 행정부 내에는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의 주도 아래 이민자를 그냥 혐오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합법 이민자든 불법 이민자든 크게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들만이 유일한 예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단순히 행정부가 대규모 추방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하는 것 이상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당한 절차를 조금이라도 지키려 하면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상황은 사실상 계엄령에 해당하는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부러 충돌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만약 이것이 진짜 목적이라면, LA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장 이번 토요일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정부는 비용이 많이 드는 군사 퍼레이드를 워싱턴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최근에 기념할 만한 승리가 없는데 말이죠. 이런 퍼레이드는 민주주의 국가의 수도보다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나 볼 법한 일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퍼레이드는 트럼프의 생일과도 겹칩니다.
많은 민주주의 지지 단체들이 이번 퍼레이드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No Kings Day(왕 없는 날)’ 시위가 열릴 예정입니다. 폭력 사태가 발생할 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와 그의 동조자들은 분명히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대를 탄압할 명분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혼란이나 위협에 반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반(反)이민 정서가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트럼프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이들에게 무력을 행사할 구실을 찾고, 반(反)민주적인 권력 장악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입니다.
MUSICAL CODA